본문 바로가기
일상 /까미노 일기

까미노 일기 7.03 마지막

by LipU 2016. 12. 22.
까미노일기

Santiago -> Fisterra 0km


오늘은 유럽 최서단 피니에스테라에 가는 날.

보통은 산티아고 대성당에서 순례가 끝나지만

그곳에서 100km를 더 걸어 이곳까지 걷는 사람도 꽤 많다.

나는 걷는 건 일정상 안됐고, 버스를 이용했다.

 

(23.6E에 이용할 수 있다!)

한달만에 버스를 타서인가? 아니면 길이 안 좋았나?

엄청 멀미가 났고, 죽을 뻔..

 

(죽을때쯤 도착한 피니에스테라)

그리고 오늘은 이벤트처럼 태호와 나도 도복을 입었다.

2시간을 내달려 도착한 피니에스테라, 첫눈에 반했다.

 

미친 풍경이었는데 속이 안 좋아서 즐길 수가 없었다.

버스에 내려 약 3km 걸어서 산에 오르면 도착한 곳엔

등대와 0km 표석이 있다.

 

 

걸어가는 동안 왼쪽에 해안가를 끼고 걷는데 드는 생각이

까미노 북쪽 길.. 정말 아름답겠구나.. ㅋㅋㅋ

그만큼 아름다운 길이었다. 30분 정도 걸어 도착한 등대

십자가 상에 ​여러 포즈로 사진을 찍다가

 

사람들이 몰려있는 장소로 가보니 보이는 가리비 표식

0km, 아! 드디어 정말 끝이 난 것이구나..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바람이 부는 바위 끝에 앉아

​멍하니 바다를 바라봤다. 1달.. 길고도 짧은, 짧고도 긴

​까미노를 마치는 동안 난 얼마나 성장했을까?

 

 

난 왜 이 길을 걸었을까? 왜 편하게 유럽 여행이 아닌

까미노를 걸었던 것일까?

/

여행과 관광, 흔히 사람들이 유럽여행을 한다고 하는 건

유명 관광지에서 관광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한 나라에 2,3일 정도 머물면서 그 나라에 대해

문화를 이해하고 일상을 느낄 수 있을까?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동네 사람들은 어떤 음식을 먹고

어딜 가고, 어떤 일상을 즐기는지 느끼고 싶었다.

마음에 담아 가고 싶었다.

 

우리나라도 서울이 아닌 강원도 구석, 안동처럼

시골의 풍경을 느끼듯, 그랬다.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단지 내 마음이 선택했기 때문이다.

이곳에 이끌렸기에, 지금 내가 가지 않는다면

난 분명 후회할 테고, 언젠가 오게 되겠지, 그럼 지금

가슴이 간절히 원하는 지금 떠나야겠다고 마음먹게 됐다.

내 머리와 가슴이 일치할 때 그 순간 모든 과정은 일사천리가 된다.

-----------------------------------------------------------------------

이렇게 약 한 달간의 까미노 일정을 마쳤습니다!!!

원래 맨 처음에는 정보 전달을 위주로 글을 써야지!

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막상 걸으면서 느낀 건

이 느낌을 전달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컸습니다.


아직 이 뒤에 약 10일간의 일정이 더 있지만

등대에서 내려온 순간부터는 관광 모드였으니까요!

피니에스테라까지가 딱 순례길의 여정이라고 생각하고

까미노 일기를 마무리합니다.

 

물론 뒤에 산티아고에서의 마지막 밤이나 바르셀로나

파리에서 겪었던 일들도 써야겠지만...마지막으로

제가 한국에 돌아오기 전 쓴 일기입니다.

/

까미노가 끝이 났다. 끝난 지는 며칠 됐지만

바르셀로나와 파리에서 느낀 이 감정들도

까미노를 걷지 않았다면 분명히 느낀 점도 다르고

감동도 달랐을 것이다.

 

이 모든 건 까미노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이번 까미노는 나의 단점을 지독하게도 더 잘 깨닫게 해준

여행이었고, 고치려고 최대한 노력을 했지만 역시

40일 만에 사람이 달라진다는 건 힘들다..


그래도 까미노를 걸으면서 내 스스로에 대한 어느 정도

느낀 점이 많았다. 한국에 와서 다시 평범한 대학생으로

돌아가기 한 달을 앞둔 나는 지난해 7월과 차이가 없지만

까미노에서 느낀 이 감정들을 떠올려보면 내적으로 많이

여유가 생긴 것 같다. ㅋㅋ

이처럼 ​까미노는 단순한 여행이 아니다.


뭐라고 대답기도 뭐 하다... 안 걸어보면 그 감동을

느낄 수 없으니까. ​뭐 하러 사서 고생하냐고 그러지만

그보다 몇배는 더 행복하고 감사한 일들이 더 많았으니까.


20살의 나는 무슨 생각이었을까..?

확실한 건 그때의 나는 이 까미노가 뭔지 아는 건

한 가지... 한 달 동안 걷는 것 ㅋㅋㅋ

종교가 있든 없든 나이가 어리건 많건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길 위에 설수 있게 해준 20살의 나와 부모님

다양한 형태로 내게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 신께 감사드린다.

까미노 일기 끝,

 

 

 

 

 

 

 

 

 

 


 

'일상 > 까미노 일기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페인 여행 7.04  (0) 2017.01.05
스페인 여행 7.03  (0) 2016.12.26
까미노 일기 7.02  (0) 2016.12.07
까미노 일기 7.01  (0) 2016.11.23
까미노 일기 6.30  (0) 2016.11.11

댓글